3년 만에 윤달이 찾아왔다. 윤달은 1년이 365일인 양력과 354일인 음력의 날짜 차이가 어긋나는 것을 맞추기 위해 만들어진 달이다. 통상 3년에 한 번씩 돌아오며, 올해 윤달은 이달 22일부터 4월 19일까지이다. 윤달과 관련된 다양한 속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윤달에 아이가 태어나면 조상의 덕을 받지 못한다는 거다. 이 때문에 윤달을 피해 아이를 낳고자 '유도 분만'을 시도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윤달을 피하고자 '유도 분만'을 선택하는 것은 과연 옳을까?
무리한 유도 분만은 오히려 독이 될 수도유도 분만은 자발적인 분만 진통이 시작되기 전에 진통을 유발해 인위적으로 자궁수축을 일으켜 태아를 출산하는 것을 의미한다. 보통 아이가 나올 시기가 됐는데 출산의 기미가 없거나 조금 더 지나면 아기가 더 커져 자연분만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 양수가 터져 아기의 감염을 막기 위해 분만해야 하는 경우에 선택한다. 주로 진통 촉진제를 사용하여 분만을 유도하거나 자궁 입구를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질정을 넣고 진통이 올 때까지 기다린다. 하이닥 산부인과 상담의사 김정욱 원장(수앤미산부인과의원)은 "유도 분만은 분만 예정일로부터 일주일 이상 진통이 나타나지 않거나, 양막파열, 양수 과소 등 자궁 내 환경이 태아에게 적절하지 못함에도 진통이 없을 때, 예정일에 못 미치더라도 태아의 안녕을 위해 고려한다"라고 밝혔다. 덧붙여 "유도 분만을 시도해도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며, 인위적인 자궁수축제를 이용한 진통 유도이므로 아기에게 정상 질식 분만보다는 스트레스를 좀 더 줄 수 있다. 또한 유도 분만이 실패할 경우 제왕절개 수술로 분만할 가능성도 높다"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보통 출산 예정일 이전에 유도 분만을 권유받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유도 분만 성공 확률이 낮다. 반면 영국에서는 의료상의 문제가 없는 한 임신 42주가 됐을 때 유도 분만을 결정한다. 이처럼 유도 분만은 시기가 중요한데, 가급적 출산 예정일 전에는 유도 분만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의료상의 문제가 없다면 되도록 임신 41주 이후에 하는 것이 권장되며, 자연 진통이 있다면 성공할 확률은 더 높아진다.
자연분만이 아닌 건강한 출산을 목표로 삼아야유도 분만은 자연분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출산에 문제가 있을 때 하는 것이며, 건강한 출산이 목표이다. 따라서 임신성 당뇨나 임신중독증이 있는 경우 의료적 판단에 의해 시행해야 한다. 무분별하게 유도 분만을 진행하면 안 되는데, 진통이 없는 상태에서 유도 분만을 위해 약을 투여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유도 분만은 유사시 필요한 조치이지만 여러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의사들이 고심해서 선택하는 시술이다. 실제로 감염, 저혈압을 비롯해 과다출혈로 인한 자궁파열 등의 부작용 사례가 있으며, 심하게는 과다출혈로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이외에도 유도 분만 후 산모에게 자궁무력증 발생 위험도 있다. 자궁무력증은 자궁 근육의 정상적인 이완과 수축 능력을 상실케 하는 것으로 다량의 출혈이 일어난다. 미국에서 유도 분만이 흔해지면서 2007년에는 1994년과 비교했을 때 제왕절개 후 자궁 적출이 15% 늘어났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유도 분만 아기, 자연 분만아 보다 학업 성취도 저조무리한 유도 분만은 산모뿐 아니라 아이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지난 3월 22일(현지시간) 국제 학술지 스칸디나비아 산부인과학 회보(acta obstetricia et gynecologica scandinavica)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유도 분만으로 태어난 아이들의 학업 성취도가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아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대학교(university of amsterdam) 베셀 간제부르트(wessel ganseburt) 산부인과 교수 연구팀은 12세 어린이 22만 6,684명의 시험 성적과 분만 방식 간의 관계를 분석했다. 네덜란드는 12세에 초등학교 과정을 마치는데, 연구팀은 이 시기 학업 성취도 평가와 분만 방식 데이터 간의 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유도 분만 후 태어난 어린이들의 점수가 100점 만점에 평균 약 1점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1점이란 점수는 작은 수치이지만, 개인 성취도에 미치는 영향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라며 "산모나 아기의 건강이 위험한 특수 경우를 제외하곤 유도 분만을 결정할 때 고심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또한 연구팀은 유도 분만으로 '미숙아'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일부 태아는 임신 36주 만에 성장을 마치는 반면 일부 태아는 42주까지도 성장을 완료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42주에 분만해야 하는데, 39주에 유도 분만으로 태어나면 실제로는 3주 일찍 태어나기 때문이다. 출산은 보통 임신 37~42주 후 이뤄진다. 한편, 이 연구는 유도 분만이 사람에게 미치는 장기적 영향을 연구한 첫 사례다.
유도 분만·제왕절개로 태어난 아이… 만성질환에 취약유도 분만으로 태어난 아이는 낮은 학업 성취도뿐 아니라 만성질환에도 취약하다. 호주·네덜란드·아일랜드·영국 대학의 공동 연구팀은 2000~2008년 사이 뉴사우스웨일스주에서 출산한 여성 49만 1,590명과 태어난 아이들을 13년간 조사, 분석했다. 여성 대상자는 마약성 약물이나 흡연을 하지 않는 20~35세로, 37~41주(만기 출산)에 정상 체중 아이를 출산했다. 이들 중 38%가 자연분만을 했으며, 제왕절개 11%, 유도 분만으로 출산한 사람은 43%였다. 그 결과, 유도 분만과 같은 분만 중재(birth intervention)나 제왕절개로 출생한 아이들은 호흡기 문제나 비만, 당뇨와 같은 대사장애 문제, 습진과 같은 단기 또는 장기적인 건강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유도 분만을 한 아이의 경우 황달 발생 위험이 자연분만으로 출산한 아이에 비해 3배 더 높았다고 밝혔다. 또한, 제왕절개로 출산한 아이는 첫 30일 동안 저체온증이 나타날 확률이 더 높았다. 그리고 태어난 지 1년이 지난 이후에는 비만이나 당뇨와 같은 대사장애 문제가 발생할 확률도 2.5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뿐만 아니라 호흡기 감염 발생도 잦았다. 연구팀은 "유도 분만이나 제왕절개를 통해 태어난 아이는 단기적이거나 장기적으로 건강 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아이보다 높았다"라고 밝히며 "유도 분만이나 제왕절개를 선택할 때 장점과 단점을 정확히 알고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한편, 하이닥 산부인과 상담의사 김정욱 원장(수앤미산부인과의원)은 "분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모체와 태아의 건강한 분만"이라고 강조하며 "특별한 문제가 없는 이상 유도 분만보다는 순리에 따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해 보인다"라며 유도 분만이 필요할 경우에는 담당의와 충분히 상의 후 신중히 결정할 것을 권했다.
도움말 = 하이닥 상담의사 김정욱 원장 (수앤미산부인과의원 산부인과 전문의)